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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길 잃었을 때 대처법 (도쿄, 바르셀로나, 방콕)

by AshleyK 2025.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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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해외 도시에서 길을 잃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도쿄의 복잡한 골목, 바르셀로나에서 꺼진 스마트폰, 방콕에서 언어가 통하지 않는 택시까지. 각각의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었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길을 잃었을 때 도움이 되는 팁과 사전 준비 노하우를 정리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1. 도쿄에서 길 잃었을 때

일본 도쿄 시부야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던 길, 나는 예상치 못하게 길을 잃은 경험이 있다. 처음엔 분위기 좋은 골목을 따라 걷다가 본래 숙소와는 반대 방향으로 한참을 이동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도쿄의 골목은 특히나 조밀하고 비슷한 간판이 반복되기 때문에, 조금만 방향을 잘못 잡아도 쉽게 길을 헤맬 수 있다. 당시엔 밤 9시를 넘긴 시간이었고, 큰길보다 뒷골목 위주로 걷다 보니 점점 주변의 가게도 줄어들고, 거리의 사람들도 줄어들었다.

처음엔 '걷다 보면 나올 거야'라는 생각으로 계속 이동했지만, 익숙한 풍경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고 점점 불안감이 커졌다. 다행히 내 스마트폰은 아직 배터리가 충분했지만, 와이파이 연결이 불안정했고 일본 유심도 구입하지 않은 상태였다. 인터넷 기반의 지도앱은 계속해서 위치를 정확히 잡지 못했고, 지도마저 방향을 잃어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결국 나는 일단 불이 켜진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일본의 편의점은 기본적으로 무료 와이파이가 제공되기 때문에, 이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었다. 와이파이를 연결하고 구글맵을 열자, 나의 현재 위치와 과거 숙소 위치가 표시되었다. 하지만 지도를 보고 방향을 감지하기는 여전히 어려웠다.

그래서 두 번째로 활용한 것이 사진이었다. 숙소에 체크인할 때, 나는 무심코 호텔 명함을 사진으로 찍어두었고, 그 명함엔 숙소의 정확한 주소와 전화번호, 영어와 일본어로 된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 사진을 근처 편의점 점원에게 보여주며, 짧은 일본어 “이 호텔 어디예요?”라고 물었다. 직원은 흔쾌히 구글맵을 검색해 주었고,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키며 몇 개의 건물 기준점을 설명해 주었다. 나는 다시 거리로 나와 그 기준점을 하나씩 확인하며 이동했고, 예상보다 빠르게 익숙한 도로 표지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경험 이후, 나는 해외여행 시 반드시 숙소 주소는 세 가지 언어(현지어, 영어, 한글)로 저장하고, 숙소 외관 사진, 명함, 전화번호는 필수로 스마트폰에 저장하게 되었다. 또한 여행 전날이나 숙소 도착 직후에는 주변 지형을 스크린샷으로 저장하거나 오프라인 지도앱(예: Maps.me, Google Offline Map)을 설치해 두는 습관을 들였다. 길을 잃었을 때 무조건 당황하기보다는, 쓸 수 있는 리소스를 차례로 꺼내는 습관이 정말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웠다.

2. 바르셀로나 골목에서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 길을 잃은 날은 생각보다 평범하게 시작됐다. 고딕지구를 중심으로 한 건축 투어를 마친 후, 숙소로 걸어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러나 좁고 복잡한 골목이 반복되는 고딕지구 특성상, 내가 처음 들어온 방향과 나가는 방향을 헷갈리기 시작했고,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을 땐 배터리가 이미 1% 미만이었다. 데이터 로밍도 사용하지 않아 와이파이가 잡히지 않는 지역에서는 모든 기능이 무용지물이 되었다.

이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말자”였다. 무작정 길을 찾겠다고 아무 골목으로 들어가면 더 복잡해질 수 있으므로, 최대한 큰길과 밝은 지역을 따라 이동했다. 관광지 특성상 바르셀로나에는 곳곳에 경찰 초소, 관광 정보소, 안내 표지판 등이 있었고, 특히 ‘i’ 마크로 표시된 관광 안내소는 외국인을 위한 안전 구역이기도 하다. 나는 사람들의 흐름이 많은 방향으로 걷다가 운 좋게 한 안내소를 발견했고, 직원에게 메모장에 적어둔 숙소 이름을 보여주었다.

그 직원은 큰 종이지도를 꺼내어 내게 위치를 표시해주었고, 대략적인 방향을 설명해 주었다. 나는 그 지도를 들고 광장을 지나 주요 거리로 나왔고, 도보로 20분 만에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 경험은 나에게 세 가지 교훈을 주었다. 첫째, 보조 배터리는 반드시 여분까지 챙길 것. 둘째, 출발 전 숙소 이름과 주소는 종이와 스마트폰에 모두 저장해둘 것. 셋째, 현지 오프라인 정보(지도, 안내소 위치 등)를 항상 기본 지식으로 기억해 둘 것.

특히 대도시일수록 와이파이 없이 의존할 수 있는 요소가 많지 않기 때문에, 기술에만 의지하는 여행보다 아날로그 정보를 함께 챙기는 여행 습관이 위기 대응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부터 나는 여행지 도착 첫날에 가장 가까운 경찰서, 안내소, 주요 거리 이름을 메모장에 적어두고, 숙소까지 가는 동선은 직접 그려보는 연습을 하고 있다.

3. 방콕 수상시장 근처에서

태국 방콕의 담넌사두억 수상시장 근처에서 길을 잃은 경험은 교통 혼잡과 언어 장벽이 얼마나 당황스러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였다. 현지 투어 차량이 도착하지 않아 예정된 픽업을 놓치고, 나는 시장 입구 근처에서 택시를 직접 잡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문제는 시작부터 있었다. 기사와는 언어가 거의 통하지 않았고, 내가 준비해 둔 숙소 주소는 영어로 된 구글맵 링크였지만 기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방식이었다. 게다가 당시 인터넷 연결 상태도 좋지 않아 지도 로딩도 원활하지 않았다.

당시 내가 유일하게 가지고 있던 정보는 숙소 외관 사진, 호텔 전화번호, 호텔 위치가 표시된 캡처 이미지였다. 택시기사에게 그 사진을 보여줬지만, 그는 처음엔 고개를 갸웃하더니 결국 내 스마트폰을 받아들고 호텔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호텔 프런트 직원은 현지어에 능통했고, 기사와의 통화를 통해 정확한 위치를 설명해 줬다. 통화가 끝나자 기사의 얼굴이 한결 편안해졌고, 우리는 약 30분가량 달려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 경험 이후 나는 모든 숙소의 정보를 사진, 텍스트, 명함, 구글맵 좌표로 저장해두는 습관을 들이게 되었다. 또한, 로밍보다 현지에서 유심카드를 구매해 데이터 연결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준비된 시각 정보와 오프라인 수단’이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사진 한 장, 전화번호 하나가 상황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절대 실감하기 어렵다.

추가로, 그랩(Grab), 볼트(Bolt), 라인택시(LINE Taxi)와 같은 현지 차량 호출 앱을 사전에 설치해 두면, 예상 요금 확인과 운전자의 위치 추적, 경로 공유 등이 가능해 훨씬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다. 특히 방콕처럼 택시 미터기 사용이 불안정한 도시에서는 앱 택시를 선호하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라는 것도 배웠다.

결론

길을 잃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다. 특히 해외에서는 언어, 문화, 지리 모두 낯설기 때문에 더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순간의 감정을 조절하고, 미리 준비한 정보들을 활용하면 충분히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 숙소 명함, 오프라인 지도, 사진 캡처, 보조 배터리, 간단한 현지 언어 한마디, 이 다섯 가지가 있다면 어떤 도시에서도 결국 길을 찾을 수 있다. 중요한 건, 불안보다 판단이 빠르게 작동하도록 만드는 준비와 마인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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